서예의 변신은 '무죄'

by seokilsa on Nov 0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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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경계를 만들고, 누군가는 경계를 허문다. 일사(日思) 석용진은 경계를 허무는 쪽에 서 있다. 서예와 그림을 접목해 서예와 그림의 경계를 허물고, 글자와 그림을 유희하며 경계를 넘나드는가 싶더니, 동양의 묵과 서양의 물감을 혼용해 전통과 현대마저 아우르고 있다. 그에게 경계는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규범적 대상이기보다, 허물어 버림으로써 무한한 자유를 구가하는 재미있는 놀잇감처럼 다가온다.

작가에게 ‘만듬’과 ‘허뭄’에 대한 가치의 경중을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세인들의 관심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는 그의 확고한 태도에서 무한한 자유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서양화 전공으로 시작해 서예로 옮아간 그의 작가적 이력이 경계에 대한 사뿐한 곡예를 가능하게 했을까. 그는 “지금은 장르의 구분을 초월한 인접학문에 대한 탐구가 이뤄지고 있는 시대다. 전 인류적인 정보의 통합이 필요한 시대라는 의미가 되겠다”라며 “서예도 타 영역과 적극적인 교류를 통한 현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사고의 유연화로 현대와 공존하는 새로운 대화 코드를 찾아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일사 석용진 작가의 개인전이 수성아트피아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린다. 주노갤러리도 기획에 공동 참여한다. 전시에는 서예에 기반을 두되 다양한 현대적 안료 등을 가미해 현대적인 미감을 살려 낸 작품 90여점을 소개한다. 

작가의 작업에 녹아있는 도도한 물줄기는 ‘서예의 현대화’다. 그의 작품이 서양화와 서예의 경계선상에 있다고는 하지만, 작품에서 서법(書法)과 ‘획(劃)’과 기(氣)를 빼면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과도 같이 허허롭다. 

문자의 서체에서 영적 교감을 취하고, 기(氣)의 조절에 따른 획(劃)의 운용으로 전체 글씨 사이의 리듬감을 확보하고, 기가 실린 글자의 크기와 필획의 굵기에 따른 변형과 대비로부터 나온 전혀 새로운 조형미와 형태미가 돋보인다. 서예가 그의 작품의 큰 물줄기인 동시에 실개천이기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일찍부터 서예의 현대화로 선회한 것은 31세에 한국서예협회가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대상을 탄 개인적인 이력과 관련 깊다. 약관의 나이에 국전 대상으로 전통서예의 정점을 찍은 그에게 새로운 길에 대한 갈증은 무엇보다 절박했을 터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夢·緣(몽·연)’이다. 조선 숙종 때의 문인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九雲夢)’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빨간 스포츠타와 골프를 즐기는 현대판 인물의 설정, 현대 여성들의 허영과 사치로 재해석된 팔선녀의 형상들이 문자와 어우러져 300여년의 시간을 뛰어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모든 부귀영화는 한낱 일장춘몽에 불과하다는 작가적 암시가 깔려있다.

그는 여전히 무한변신 중이다. 어디까지 갈지 그 자신도 알지 못한다. 

그의 사색이 이끄는대로 그의 생동하는 기운이 변화하는데로 맡겨 질 뿐이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053)668-1566 

 

 

 

원문 : http://www.idaegu.co.kr/news.php?code=cu01&mode=view&num=94228&page=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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